벌써 8월 1일이네요. 지난 7월 한달이 어찌갔는지 모르게 지나가버렸어요. 정말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의 전반부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절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이제 2020년의 나머지 절반, 꼭 절반은 아니고 거기서 한달 모자라지만, 그 절반동안 후회없고 조금이라도 더 기억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제 직업인 리얼터로서는 다행히 코로나 사태가 심해지기 직전까지 여러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올 상반기에 이미 작년 매출을 낼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성공이라고나 할까요. 다시 고삐끈 조여매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8월 1일에 입주해야 하는 이 집 의 세입자는 은퇴한 캐네디언 부부입니다. 그분들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7월 31일까지 비워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집주인이 정식 클로징 날짜보다 앞당겨 7월 29일에 이사를 마치고 흔쾌히 이틀 먼저 열쇠를 세입자에게 넘겨 주었답니다.
제가 거래를 진행한 리얼터로서 열쇠를 건네주고 몇가지 설명을 하기 위해 세입자와 함께 그 집에 입주 인스펙션을 하러 갔는데, 뭐랄까요, Pleasant Surprise 라고나 할가요.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이곳에 들러서 마지막 청소를 마치고 돌아간 집주인 분이 주방 싱크대 위에 와인 한병과 Welcome to your new home! 메모를 남기셨더라구요.
세입자분들도 생각지 않았던 집주인의 배려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기분좋게 이사를 시작하셨고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집주인 뜻처럼 이분들이 이집에서 오래 편안히 사시길 되길 바래봅니다.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는 관계는 흔히 있는 것처럼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 받는 속에서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각자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제가 만났던 고객분들 가운데에서 이번 경우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세입자 건물주 분들이 충분히 많이 있었다고 기억됩니다. 저 자신이 보유했던 집의 세입자들도 그런분들이 여럿 있었던게 사실이고요.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여유로움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런던 사는 재미, 그리고 런던에서 사람들과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리얼터 일을 하는 보람을 이런데서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