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만난 공용세탁실은 미국 캘피포니아 실리콘밸리 – 정확히는 Sunnyvale 에서 였어요. 그 이전에 시애틀에서 살던 신혼시절에는 공용 세탁실 기억이 없는걸 보니 그곳에서는 공용세탁실이 아니었나 봅니다.

2층짜리 타운하우스의 아랫층에 살았는데 바로 위층에는 아이 둘 데리고 사는 싱글맘이 있었기죠. 공용세탁실은 독립 건물로 놀이터 옆에 자그마하게 지어져있고 그안에 세탁기 5대, 건조기 5대 정도 있었던거 같아요. 전 보통 한번은 흰빨래, 한번은 색깔빨래 이렇게 두번을 가는데 윗집 친구는 한번에 모든빨래를 모아와서 힌빨래, 수건, 청바지, 색깔빨래 등등 우리 집안에 있은 모든 옷을 다 꺼내와도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양의 빨래를 가져와서 하더군요.
한국에서 빨래를 자주하고, 옷사는데 취미가 없은 부부라 청바지 2벌, 와이셔츠 3벌, 티셔츠 몇개, 파자마 1개….일주일을 기다려서 빨래를 하려면 입을 옷이 없었죠.

캐나다에 와서 처음 살기 시작한 6층짜리 아파트에는 1층에 공용세탁실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저도 많이 변해서 수건만 빨아도 2세탁기 차지해야 하곤 했죠. 캐나다의 아파트의 공용세탁기는 정말 속보일 정도로 용량이 작기도 해서 목욕타월은 몇개 들어가지도 않았죠. 한가한 시간 찾아 밤 9시, 10시에 빨래하고 타이머 맞춰두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건조기 돌려놓고..다시 내려가서 옷을 다 개어 바구니에 담아 카트에 끌고 집에오면 끝.

미국에서의 공용세탁실은 그 아파트 단지의 동네 사랑방 역할도 했습니다. 역시 날씨가 좋은 캘리포니아라서 1년 내내 밖에서 지내기가 좋았는데, 빨래가 되는 동안에는 바로 앞의 놀이터에 그당시 두살이던 큰 아이가 놀고 있는 것을 보며 기다리기도 하고 다른 아줌마들이랑 수다를 떨고 앉아있기도 하고, 또 옷을 개면서 사귀게 된 아줌마들 집에 초대 받아 놀러가기도 했구요, 세탁실이 집 밖에 있다보니 집안에 보푸라기 린트 먼지가 안 날려서 개인적으로 이걸 더 좋아합니다.

이제 집에 있는 세탁기 건조기를 쓰지만, 한대에 돌리자니 한번 빨래할때 2-3번 돌려야 하니 시간도 오래걸리고, 게을러져서 바구니에 꺼내놓고 안갠 채로 며칠씩 보내기도 하네요.

전 공용세탁기가 편하고 집집마다 이게 있을 필요가 있나?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분들은 in unit 세탁기가 우선순위 1-2위일 정도로 중요한거 같아요. 다른 어느 카페에서 공용세탁실 매너에 관한 글을 읽고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그 시절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공용 세탁실의 추억
Tagged on: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d bloggers like this: